2007년 03월 16일
허밍 어반 스테레오
나도 한 때는 스컬리 더즌 노우니 샐러드 기념일 같은 곡 들으면서 흥얼 거리곤 했는데 바나나 쉐이크란 곡을 듣고 아주 그냥 질려버렸다.
바나나 껍질을 다섯 개로 벗기면 사람이고
네 개로 벗기면 원숭인걸
원숭이라도 좋아 귀엽기만 하면
귀여운 바나나나
우유가 가득한 한 컵
라라라라라리라라
딸기가 바나나 쉐이크 안에서 만났네 바나나 쉐이크
휘저어 휘저어 휘저어 마음을 담아서~
바나나 쉐이크
라라라라라리라라 나나나나나
그 녀석이 또 바나나를 까는군
세 개를 까다니 원숭이보다 더 하네
그래도 귀엽기만 하면 귀여운 바나나나
우유가 가득한 한 컵 라라라라라리라라
휘저어 휘저어 휘저어~
바나나 쉐이크
라라라라라리라라 나나나나나
꿈에서 배운 요리법은
7분간의 쿠키 달콤한 향기 코 휘감는 이 향기
그러나 망했다 망했어 너무 휘어졌어
망했다 망했어 너무 휘어졌어
망했다 망했어 너무 휘어졌어
나나나나나 하하하하하아아

노래라는 거 뭐 그냥 노래하면 그만이지만 글쎄... 휘저어 휘저어 바나나나나나~ 뭐? 그냥 좋아? 좋으면 그만이지. 그치. 근데 뭔가 영 찝찝하단 말이다. 이 팀의 다른 노래 가사들도 역시나 다시 곱씹어보면 항상
뭐 굳이 곱씹을 가사 아닌거 알면서 왜 곱씹니? 라고 우리 엄마는 반문하실게다. 그래 맞아.
사실 예전에 들었을 땐 별 생각없었는데 공연 하는 거 보고서 같이 보던 친구랑 마주 보고 혀를 쯧쯧 차고 말았다.
뭐랄까 보컬의 가냘프고 힘없기만 한 귀여운 목소리가 내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고 가벼운 비트의 가벼운 멜로디가 싫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풋풋한 사랑스러운 커플의 속삭임같은 가사들이 매우 낯설었다.
아마도 펜타포트에서 새벽 3시인가, 졸린 눈을 부비며 팔짱을 끼고 서서 휘저어 휘저어에 맞추어 두 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동그란 원을 만들며 팔을 휘젓는 춤을 마냥 추어대는 보컬과 마냥 좋다고 헤헤대는 남자애들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왜 이 시간에 저런 노래를 들어야 하는걸까? 하는 의문도 들고, 저런 가사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쓴 걸까? 저 노래 부르는 여자애는 정말 좋아서 춤추고 노래하고 웃는걸까? 아 도대체 이런 노래가 왜 좋은걸까?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건 좀 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sbs인기가요인가에 인디 코너를 신설하고 첫 출연자로 허밍 어반 스테레오가 나온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생각이 났기 때문.
인디밴드니 인디코너니 이런 말도 참 우습다. 텔레비전에서는 당연히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해야 하는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인디'라는 단어를 굉장한듯 포장하고 있으니......
'인디'라는건 상업 자본과 결탁하지 않는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자면 길고도 우스운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영합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순수성은 유지되기 매우 어렵다. 자본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텔레비전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디'라는 이름이 붙은 활동가들의 순수성을 의심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제는 한국에서는 아예 '인디'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쓸데없는 구속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인디밴드라는 이름이 붙은 많은 밴드들의 음악이 광고에 삽입됨으로써 유명세를 타고 '방송을 타기 이전에 비하면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돈 없고 백 없으면 무조건 언더 그라운드 인디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인다. 참 이상한 버릇이다.
예전에 Moby가 자신의 음악을 이제 상업 광고에 그만 내보내겠다고 했던가 아니면 이제부터 상업 광고에 쓰게 하겠다고 했던가... 뭐 그랬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요새 우리나라 자동차 스포티지 광고에 모비의 음악이 깔리는걸 보니 그냥 이제 광고에 사용되는 걸로 꺼림칙해하지 않는가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음악이 광고에 삽입되는게 무슨 문제있어? 나쁜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별 개념이 없었다.
팔리고 안 팔리고에 신경을 쓰고, 팔리게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못 느끼는가 그런 것에 연연하는건 왠지 촌스러운 시대인건가?
의도나 목적이라는건 쉽사리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며 판단하기가 곤란하다.
자신은 별 생각없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뜻밖에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면 저절로 비난도 따라붙으니 말이다.
좋으면 그만과 결벽증 사이에서 매일 매일 짤짤이를 하고 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나저나,
마돈나 노래가 참 귀에 착착 붙는게 좋군.
죽어야겠다 그냥.
# by | 2007/03/16 00:21 | 음악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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